홍대에서 일정이 생각보다 빨리 끝난 날이었습니다.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어 주변을 좀 걷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생각보다 제법 괜찮은 길을 찾았습니다. 좁은 길 양 옆으로 커다란 플라타너스들이 하늘을 가리고 서 있었죠. 그 아래를 지나니 마치 숲 속에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밤이라 더 제한적인 시야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산책길을 찾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밤 풍경이 인상적이라 낮에도 꼭 한 번 와보고 싶습니다. 유난히 더운 여름날이었지만, 길게 뻗은 가로수들이 햇빛을 가려준 덕분에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홍대 플라터너스라고 검색해도 결과 하나 나오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왜 이런 길이 지금까지 몰랐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길 끝에 다다라서 그 이유를 알 거 같았습니다. 옛날에는 플라타너스가 지금처럼 안 컸거든요. 지도에서 과거 거리 모습을 보니 플라타너스가 저 사진보다 더 작았습니다. 그래서 진짜 어디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길거리처럼 보였죠. 10년 사이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오늘에야 하늘을 가리면서 숲속길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다른 날, 다른 계절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가을이었고 여름 분위기도 좋았는데 가을 분위기가 더 운치가 있었습니다. 유명한 장소가 아니었기에, 덕분에 홍대의 북적임에서 벗어나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 좋았습니다. 우연히 찾은 플라타너스 그늘이 이렇게 저에게 작은 쉼표가 될 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