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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첫 일본 여행

    10년도 더 전에 처음으로 일본에 갔습니다.

원래 일본을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른 데를 갔다가 일본을 경유하며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왕 경유한 김에 스탑오버를 하기로 했던 거였죠.

그렇게 갑자기 일본 여행이 결정이 되었습니다.
정말, 진짜로 준비된 게 하나도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일본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거의 도쿄에만 있었습니다.

사진 퀄리티가 좋지 않는데
당시 카메라도 좋은 게 아니었고
촬영 스킬은 더더욱 좋지 않을 때였습니다.

Tokyo

당시 머물렀던 숙박집입니다.
숙소는 한인 민박으로 잡았습니다.

영어도, 일본어도 되지 않아서 선택했지만
여러 문제들이 생겼던 걸 생각하면
한인 민박을 선택한 게 잘한 결정이었죠.

왜냐하면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생겼거든요.

일본에 도착하니 이미 한밤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가장 빠른 기차를 선택했는데...

고장났습니다.
조금 움직이다 멈추더니 사람들이 다 내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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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무원이 저런 쪽지를 나눠줬습니다.
저 쪽지와 티켓을 보여주고 다른 기차로 갈아탔습니다.

1시간이면 도착할 거리가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그냥 전철 타고 갈 걸 그랬나 봅니다.

일본어를 몰라서 제대로 갈아탔는지 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이동한 곳을 따라 이동했죠.

하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지,
숙소에는 어떻게 연락을 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일본인에게 손짓발짓 하면 물었는데...
정말, 와, 진짜 고마울 정도로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외국인 바이어처럼 보이는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영어도 잘 못 합니다.
그래도 아예 모르는 일본어보다는 나았죠.

그 일본인은 메모지에 설명까지 적어주고
제가 숙소에 연락할 수 있도록 핸드폰까지 빌려줬습니다.

진짜 고마웠습니다.
처음 일본을 방문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었는데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도와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숙소에 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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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뒤에 다시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숙소가 있던 골목을 찾았죠.

위에는 첫 방문 때,
아래는 7년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골목 주변이 많이 변했는데
신기하게도 저 BMW는 그대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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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째날입니다.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눈에 보이는 곳부터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도쿄도청
그래서 저곳부터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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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도청에 가려면 신주쿠 공원을 지나야 합니다.
그 안에 쿠마노 신사라는 곳입니다.
난생 처음 신사라는 걸 본 순간입니다.

사실 신사 구경은 그냥 그랬는데
신주쿠 공원 모습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름 TV에서 봤던 멋진 일본 공원을 생각했는데
볼품도 없는데다가 노숙자들이 너무 많았죠.

밤이면 여긴 공원이 아니라 무법지대가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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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청입니다.
이렇게 높은 건물에 올라가는 건 63빌딩 이후 처음입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야간에는 야경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서야 하는데
평일 낮에는 웬만해서 줄을 서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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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은 아주 어렸을 때 가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렇게 마천루 전망대에서 본 건
아마 이 도쿄도청이 처음일 겁니다.

높은 곳을 좋아해서 보기가 좋았지만
날씨도 흐렸고 솔직히 10~20분 정도면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구경하고 금방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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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미니어쳐 같은 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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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점심 때의 복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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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빌딩에 있는 시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추시계라고 합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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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와서 신기한 게 바로 점심시간입니다.

점심 도시락을 파는 차량과
그걸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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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많은 자전거

이런 자전거 행렬이 시도때도 없이 보입니다.
자전거 강국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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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첫째날은 별로 구경한 게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때도 아니고
그 흔한 여행책이나 지도마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처에 메이지신궁이나 신주쿠코엔, 롯본기, 도쿄타워 등
볼 거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못 봤습니다.
있는 줄도 몰랐거든요.

결국 도쿄도청 구경한 거 빼곤 별로 구경한 게 없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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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틀째입니다.

비가 옵니다.
그냥 내린 비가 아니라 태풍 때문에 내린 비입니다.
10월 말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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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브리 미술관에 가기로 해서
비가 내린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맑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브리 미술관은 100% 예약제입니다.
인터넷과 로손 편의점에서만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저는 예약 따윈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갔습니다.
그리고 미술관 근처 로손 편의점으로 갔죠.

편의점 직원에게 지브리에 간다고 말하니
시간 물어보더니 알아서 티켓을 끊어줬습니다.

비수기 평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습니다.
주말이 끼면 한 달 전에 예약해야지만 갈 수 있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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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장을 합니다.
진짜 여긴 고등학생 때부터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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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미술관 입장권은 잘 알려지다시피
지브리 애니메이션 필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입장권 자체로도 가치가 있죠.

그런데 제가 받은 필름은 진짜 어디 장면인지 알 수도 없는
진짜 엑스트라만 나온 장면이었죠.

분위기상 토토로에서 나온 거 같은데,
너무 저렇게 나오니 어디에 나왔는지 장담을 못 하겠습니다.

직원이 바꿔줄까 물어봤을 때 괜찮다고 했는데
그냥 바꿀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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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지브리 미술관 내부는 촬영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찍을 수 있는 건 라퓨타로 장식된 옥상이나
야외 정원 쪽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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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사진은 찍을 수 없지만
저렇게 받은 소책자에 미술관 내부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 내부는 약간 동화 속 미로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심을 자극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죠.

다른 건 그렇게 기억이 나지 않은데
도서관 같이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삽화가 들어간 문고판 크기의 책을 봤는데
고대나 중세 일본 배경으로
뭔가 씨앗을 보호하는거나 구하는 내용이었죠.

삽화가 참 인상적이라서 다시 찾아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제목 정도는 기억해두는 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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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으로 나왔습니다.
저 빨간 정자에 있는 펌프는 인기 스팟입니다.

저걸하려고 아이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래서 저는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구경만 했죠.

비가 내려서 다른데 둘러보기도 그래서
지브리 미술관만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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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째...

정말 최악의 하루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태풍이 절정을 치닫을 때였습니다.

아침에 멋모르고 나갔다가 날려갈 뻔 했습니다.
옷은 젖고 우산은 부러지고
바람이 너무 강해서 숨쉬기 조차 힘들었죠.
그래서 그냥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점심쯤 바람이 잠잠해져서 다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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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아사쿠사 신사에 가기로 했습니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비는 여전히 많이 뿌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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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신사라서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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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그렇게 대단하거나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적당히 둘러보고 이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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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근처 아메요코라는 시장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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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살 건 없었는데 저렇게 진열된 생선류들이 맛깔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날 구경은 이걸로 끝입니다.

사람은 많고 옷은 다 젖어서 찝찝하고
비내리는데 뭐하나 싶고 현타와서 그냥 숙소로 갔습니다.

숙소에서 뽀송뽀송하게 씻은 후에 남는 시간을 게임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숙소에서 알게된 동생과 함께 헤일로3 엔딩까지 봤습니다.

여행 3일차에 생각 나는 건 아사쿠사도 아메요코도 아닌
헤일로3만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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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후라 날씨는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숙소에서 알게된 동생과 아키하바라에 가기로 했습니다.

일본 지하철은 특이하게도 맨 앞에서 철로가 보여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 꼭 맨 앞에가서 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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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난생 처음 먹은 라멘

먹고 깜짝 놀란 맛이었습니다.
진짜 이렇게 짜고 느끼할 줄 몰랐습니다.
무슨 설렁탕에 면을 넣는 맛이었죠.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건 아니었습니다.
그 특유의 독특한 맛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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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입니다.
주말이라 도로에 차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키하바라에 대한 기억은
게임, 애니, 피규어들이 참 많구나 하는 감상만 있습니다.

이렇게 엉망진창 첫 일본 여행을 끝마쳤습니다.
정말 적당히, 대강한 일본 여행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요.

그래도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지금은 저만의 여행 노하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날씨마저 돕지 않았던 일본 여행이지만
첫 여행이고 이정도로 엉망이다 보니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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