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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여행 - 1편 묘켄온천


여행을 떠났습니다.

떠난 이유는 별다는 건 없고
회사에서 연차 소진하라는 공문이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쓸 거 여행이나 가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3월만큼 항공권이 저렴한 시기도 없을 겁니다.

겨울을 싫어합니다.
빨리 봄을 느끼고 싶어서
규슈 최남단에 있는 도시인 가고시마에 가기로 했습니다.
뭐, 항공권이 저렴한 것도 한 이유이긴 하지만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라
작은 도시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규슈에서 4번째로 큰 도시였습니다.

특산물은 흑돼지와 고구마.


출발 시간이 아침 7시입니다.
도저히 그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거 같아 전날 공항에 갔습니다.


출국 심사를 하면 동측과 서측 양쪽 끝에
릴렉스존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침대는 아니지만 의자보다는 편하게 누을 수 있는,
사진에 보이는 침대같은 게 있습니다.

물론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고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한숨도 못 자고 계속 뒤척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잠들긴 잠들었습니다.

가고시마

릴렉스존 근처에 샤워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씻을 수 있습니다.
제법 넓고 깨끗합니다.

샤워실 이용은 시기마다 이용 시간이 다른 거 같습니다.
이용할 생각이라면 가기 전에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벽에 운영 안 한다고 했는데,
제가 갈 땐 샤워실이 24시간 운영 중이었습니다.

다만, 수건이 있을 수 있고 없을 수 있습니다.
수건은 따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공항에서 밤을 새면서 느낀 거지만...
불편합니다.
매우!

다음부턴 그냥 차를 가져가야 겠습니다.

가고시마

씻고 나서 탑승동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탑승을 안 합니다.
시작부터 느낌이 안 좋습니다.

역시나 기계 문제로 연착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10분정도만 기다리면 되었죠.

하지만 불행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좌석 등받이가 고장이 났습니다.
고정이 안 되고 흔들거립니다.

별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었습니다.

승무원이 오더니 다른 자리로 옮겨야 된다고 합니다.
그것도 창가에서 복도로,
앞자석에서 뒷자석으로...ㅡㅡ

특히, 뒷자석으로 옮기니
내리는 시간이 욕 나올정도로 더 걸렸습니다.

여행 시작을 굉장히 기분 나쁘고 시작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 소심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입니다.
제주항공입니다.
연착에 좌석 고장이 일어난 제주항공입니다.
괜히 소비자 만족도 꼴찌한 게 아니었습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됩니다.
도착하니 아직 9시도 안 됐습니다.

공항 규모 역시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제선 터미널과 국내선 터미널이 나뉘어져 있는데
국내선 터미널이 국제선 터미널보다 압도적으로 큽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가고시마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일기예보를 봤습니다.
하지만 딱히 챙기진 않았습니다.
공항에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우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산 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 여기에 두고간 우산처럼 보였습니다.

가고시마

우선 시간이 있어서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샌드위치 가게가 보여서
이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콜라와 샌드위치로 보이지만
사실 커피와 샌드위치입니다.

커피는 그냥 그랬는데
샌드위치가 꽤 괜찮았습니다.
빵, 야채, 햄 모두 좋았습니다.

가고시마

매표소입니다.
가고시마 시내로 갈 수 있는 한 번에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은 공항 리무진 뿐입니다.

가고시마 시내까지 1,250엔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표를 끊지 않았습니다.
묘켄온천에 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가고시마

일정은

가레이가와역 -> 묘켄온천 -> 올레길 -> 가고시마 시내

입니다.

지도를 보면 알다시피 공항에서 멀지 않습니다.
직선거리론 4km 정도 밖에 안됩니다.

공항에서 묘켄온천까지 가는 버스도 있습니다.
가고시마
다만, 버스 시간표를 보면 알다시피
묘켄온천까지 가는 버스가 한시간에 1대 정도가 아니라
하루에 6대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공항에서 출발하는 첫차는 무려 10시 25분에 있습니다.
1시간 넘게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죠.
그래서 가레이가와역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9시 46분에 가레이가와역으로 가는 다른 버스가 있습니다.
시간표를 보면 알다시피
묘켄온천 가는 버스도 가레이가와역을 지나갑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레이가와까지 가는 비용은 210엔.
한 정거장 가는 것 치곤 제법 비쌉니다.
물론 그 한 정거장이 4km 넘긴 하지만요.

버스 정류장은 국내선 터미널 앞에 있습니다.
1~5번까지 번호가 있고
타려는 버스가 정차하는 번호 앞에서 기다리면 됩니다.
공항 자체가 작다보니 헷갈릴 일은 없을 겁니다.

가고시마

가레이가와 정류장입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 정류장입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한 시골냄새가 납니다.
소똥냄새로 알려진 비료냄새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료냄새에는 소똥냄새가 나네요.

가고시마

목적지인 가레이가와역으로 향합니다.
완전 시골길입니다.

일본에 제법 왔지만
이렇게도 완벽한 시골을 걷는 건 처음입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레이가와역에 도착했습니다.
간이역처럼 보입니다.

가고시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자
가장 오래된 역입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고시마

역사 내부도 오래되고 온통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척 봐도 오래되어 보입니다.

가고시마

무인역입니다.

따로 역장은 없지만
마스코트인 고양이역장은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고양이는 없었습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고시마

플랫폼에는 마음껏 드나들 수 있습니다.
지금도 실제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2량짜리 전철도 다니고 있고
하야토노카제라는 특급열차 특급열차도 온다고 합니다.
다만, 제가 갔을 땐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가고시마

고양이역장은 없었지만
고양이 2마리가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길고 있었습니다.

사진찍어도, 마구 만져도 가만히 있습니다.
가고시마에서 만난 고양이 대부분이
이렇게 굉장히 여유롭습니다.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고
만져도 가만히 있습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고시마

역주변 모습니다.
정말 시골입니다.

일본 시골을 방문한 건
처음이라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다만, 금방 질립니다.
다 둘러보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 자체는 오래되고 조용해서 운치가 있습니다.
조용히 사색을 즐길고 싶다면 괜찮은 곳입니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하야토노카제 특급열차도 볼 수도 있고요.

다만, 볼 게 딱 이거 뿐입니다.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면 10분이면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30분이면 여유롭게 둘러보겠지 했는데
이건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가고시마

이제 묘켄온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 정류장도 가레이가와역 바로 앞에 있습니다.

가고시마

버스를 타고 갑니다.
가는 길 자체도 꽤 볼만합니다.

가고시마

묘켄온천입니다.
도착하자마자 폐건물이 반겨줍니다.
음침하네요.

가고시마

근처 마을과 산과 하천입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조엔과 이시하라소입니다.
묘켄온천에서 가장 유명한 료칸입니다.
뭐, 이시하라소가 조금 더 유명하다고 합니다.

숙박은 하지 않아도
식사와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데이플랜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가볍게 여행 온 거라 패스했습니다.

료칸은 꼭 한 번 즐겨보고 싶은데...
언젠간 기회가 있겠죠.

가고시마

가고시마

묘켄온천 마을입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입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로 양쪽에 상점들이 늘어선 모습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고시마

아모리강이 시원스럽게 흐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도 꽤 깨끗해 보여 수영을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가고시마

타지마혼칸입니다.
이곳에서도 숙박과 온천을 즐길 수 있습니다.

료칸과 혼칸의 차이점이 뭔지 모르겠군요.
가격은 혼칸이 훨씬 저렴한데 말이죠.

묘켄온천 마을에 료칸도 있지만
이러한 혼칸도 제법 있습니다.

가고시마

묘켄온천에 온 목적은 올레길입니다.
올레길 시작지점에는 저 표시가 있습니다.

가고시마

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올레길이 시작됩니다.

가고시마

산과 하천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가고시마

이때가 3월 중순이지만 벌써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남쪽지방입니다.

가고시마

이 표시가 보인다면 제대로 올레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고시마

가고시마

조용하고 한적합니다.
힐링이 될 것 같은 풍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고시마

올레길에서 마주친 고양이.

가고시마

가고시마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릅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이제 비포장길입니다.
포장길은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라면
비포장길 숲속을 걷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첫번째 목적지인 이누카이노타키 폭포입니다.
폭포는 사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그럴만도 한 게 높이가 36m입니다.
10층짜리 건물 높이랑 맞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올레길에서 가장 멋진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와케 신사입니다.
폭포에서 올라가는 길을 가면 신사가 나옵니다.

산에 있는 신사라
마치 숲속에 있는 신사처럼 운치가 있습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대부분 갔던 신사들을 보면 여우가 있던데
이곳에는 드물게 멧돼지가 있습니다.

가고시마

동전을 던집니다.
소원을 빕니다.

뭐, 지금까지 이루어진 소원은 없지만요...

가고시마

가고시마

와케신사만 보고 다시 돌아갔습니다.
물론 이곳이 올레길의 끝이 아닙니다.

끝은커녕 중간 지점도 아닙니다.
제대로 올레길을 걸으면 대략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정상 이곳까지만 보고 다시 묘켄온천으로 돌아갔습니다.

가고시마

타지만혼칸으로 갔습니다.
이왕 묘켄온천에 왔으니 온천을 즐길고 싶었습니다.

이곳도 숙박하지 않아도 식사와 온천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 온천 비용이 250엔으로 매우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이 날 식사는 안 됐습니다.
여기 소바가 정말 맛있다고 들었는데...
어쩔 수 없이 온천만 하기로 했습니다.

가고시마

가고시마

타지마혼칸의 마스코트인 츠바메짱입니다.

가고시마

저렴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온천탕은 달랑 저거 하나 밖에 없었거든요.

샤워시설이나 수건, 비누 등은 일체 없습니다.
온천 + 탈의실
이게 전부인 온천이었습니다.

저처럼 잠깐 이곳에 들릴 관광객보다는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 사람이나
마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원래 사람이 없는 건지
이 시간대에 사람이 없는 건지 몰라도
아무도 없어서 혼자 전세 낸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죠.

올레길을 걸으며 땀을 흘려 찝찝했는데
그래도 여기서 씻고나니 개운해졌습니다.

가고시마

역시 온천 후엔 커피우유죠.
커피우유가 없어 대신 밀크커피를 마셨습니다.

캔이 아담합니다.
캐릭터도 귀엽습니다.

그런데 맛은 물에 탄 밀크커피같은 맛이 났습니다.
아마 다음에는 안 사먹을 거 같습니다.

가고시마

이제 식사를 하러 갑니다.
점심 시간을 지나고 있었고
올레길을 걷느라 매우가 허기가 졌습니다.

타지마혼칸에서 식사가 안 되니
맞은편 네무라는 호텔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갔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식당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
......
이런......

가고시마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둘러보다가
식당이라고 쓰여진 곳에 갔습니다.

천구식당...?

가고시마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는 식당이었습니다.
내부는 정말 시골 식당처럼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식당 모습은 보기 어려운데 말이죠.

소바를 시켰는데 없다고 해서 우동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맥주를 마실거라 야키소바로 바꿨습니다.

가고시마

맥주잔입니다.
재밌네요.

배가 고파서인지 야키소바는 먹을만 했습니다.
남김없이 싹다 먹었습니다.

주인할머니가 가볍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어려운 말이 아니라 대답을 하니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하면서 칭찬을 해줬습니다.

기쁘네요.
사실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나중에 구글에서 이 식당을 찾아봤습니다.
누군가 남긴 리뷰가 신경이 쓰입니다.

원래 부부가 운영하던 식당인데
남편분이 돌아가시면서 혼자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운영할 때보다 휴업이 더 많다고 하네요.
제가 갔을 때 운이 좋게 열었던 것입니다.

왠지 안타까운 기분이 드네요.

가고시마

이렇게 묘켄온천 일정을 끝났습니다.

다음에도 묘켄온천에 갈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간다면 꼭 이곳에서 숙박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료칸이면 좋겠지만 굳이 료칸이 아니라 혼칸에서 머물더라도요.

올레길도 완주해보고 싶고
주변을 여유를 가지고 구경도 하고 싶고
조용하고 풍경이 좋기에 사색에도 잠겨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2편에서는 가고시마시에 간 내용부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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