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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7편 - 요정의 숲 플리트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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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그레브로 돌아왔습니다.
2번을 스쳐지나갔는데 3번째에 드디어 머무네요.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현금이 없었습니다.

공항 리무진을 타려면
현금 30쿠나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생각없이 두브로브니크에서 다 쓰고 말아죠.

또 비싼 공항ATM을 이용하나 했는데
다행히 유로가 있었습니다.

공항에 환전소가 있는데
소액도 바로 환전해 줍니다.

사실 이 문제는 사소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시내에서 생겼습니다.

시내에 도착하니 밤 10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트램을 타고 숙소를 가려고 했는데...

티켓을 찍는 기계는 고장나 있었고
더 큰 문제는 반대방향 걸 타고 말았습니다.

걸어서 40~50분 걸리는 거리를
트램을 타고 1시간 30분이나 걸렸죠.

그때 저에게 도움을 준 학생들.
이 자리를 빌어, 진짜 고마웠습니다.

숙소도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숙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숙소 위치가 정말 괴랄했습니다.

10kg이 넘는 짐을 가지고
한밤중에 30분간 주변을 배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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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보면 입구가 바로 있는 게 아니라
'더무비펍'이라는 건물을 통해서 나옵니다.

정말 찾기 힘들었던 건,
지금은 수정되었지만(그것도 제가 수정 신청함)
지도에 나온 위치가 바로 '더무비펍' 건물로 되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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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에서 마지막 숙소입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1인실로 예약했습니다.

1인실이지만 지금껏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저렴합니다.
뭐, 당연히 저렴한데는 이유가 있죠.

구시가지에서 제법 떨어져 있고
80년대 구소련 호텔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데
구석구석 지저분하고
결정적으로 물 수압이 약합니다.

하지만 저렴하죠.
게다가 1인실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을 고른 이유는 바로 창문입니다.
지붕에 창문이 달린 곳에서
머물러 보고 싶은 로망이 있습니다.

늦었고 피곤해서 대강 정리하고 잤습니다.
내일 일찍 플리트비체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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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늦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트램을 타면 20분이면 버스터미널까지 갑니다.
그래서 40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문제는...
트램이 20분 후에 온다고 되어있습니다.

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제였습니다.
우선 뛰어 갔는데 트램한테 따라 잡혔습니다.
뛰는 게 힘들어서 그냥 트램을 타고 갔습니다.

진짜 딱 2분 남기고 간신히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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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숨을 돌리며
이제야 모든 문제가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더군요.

플리트비체 입장권을 미리 예약했습니다.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는 게 무조건 좋습니다.

표를 사는 줄도 길고
입장객 수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플리트비체에는 2군데 입구가 있는데
예약한 티켓은 무조건 1번 입구에서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2번 입구로 내렸던 거죠.
1번 입구까지 거리는 3km...

두브로브니크의 일을 교훈 삼아
3km 이상은 무조건 차를 타고 가자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안내요원이 택시를 잡아줬습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1번 입구까지 올 수 있었죠.

다만, 택시비가 40쿠나, 8천원이나 나왔습니다.
그냥 숨만 쉬고 8천원이 증발하는 매직을 맛봐야 했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서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커피를 사마셨는데 물에 탄 듯 밍밍했습니다.

아, 진짜... 어제부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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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9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줄 서는 사람으로 가득찼습니다.

예약한 사람은 줄을 설 필요없이 바로 프리패스했습니다.
예약의 장점 중 하나죠.

입장료는 250쿠나
약, 5만원 정도 됩니다.
이것도 매년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주요 관광지 물가는
진짜 무섭게 오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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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격적인 플리트비체 하이킹이 시작됩니다.

다양한 코스가 있습니다.
명칭은 따로 있지만
보통 짧은 코스, 중간 코스, 긴 코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대부분 중간 코스로 많이 갑니다.
대략 4~6시간 정도 걸리고
플리트비체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둘러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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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갔던 코스는 C코스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실선, 점선이 모두 길입니다.

코스가 정해진다고 무조건 코스대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코스는 말그대로 이정표나 가이드일 뿐 절대적인 게 아니니까요.

원한다면 갈림길마다 코스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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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마 플리트비체의 가장 멋진 모습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웅장한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풍경을 보고 플리트비체 하이킹이
정말 기대되었습니다.
다른 풍경들은 또 얼마나 멋질까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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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로 내려왔습니다.

물은 석회 때문에 녹색을 띄는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매우 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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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많습니다.

송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 송어요리 하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저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당일치기라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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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입구에서 봤던 커다른 폭포로 가기로 했습니다.

가까이 보니 크기만 컸지
좀 심심한 폭포였습니다.

물이라도 많이 떨어졌으면 더 볼만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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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뒤쪽으로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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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았던 풍경입니다.
다만, 나무에 너무 가려서 조금 아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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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오고 본격적으로 플리트비체 하이킹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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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는 남는 길이였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호수는 잔잔하고 조용했습니다.
나무로 된 길은 삐걱거리는 소리도 좋았습니다.

이곳을 걷고 있으니
왜 플리트비체를 요정의 숲이라 불리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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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비체를 가장 잘 나타낸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찍은 건 아닙니다.

이 사진을 보고 꼭 실제로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못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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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길을 올라가야 보이는 곳인데
저 길이 폐쇄되었기 때문입니다.
플리트비체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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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폭포와 호수 그리고 숲이 아름다웠습니다.
날씨마저 좋아 더 감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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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트가 보입니다.
첫번째 구간이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저 보트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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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가게에 들렸습니다.
보트 타는 곳엔 이렇게 가게가 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습니다.
게다가 한참 걸어야 하니 든든하게 먹어야 했죠.

햄버거를 시켜서 먹었는데
이 음식이 바로 유럽 여행 워스트 푸드 중 하나였습니다.

그나마 비싸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
아니, 비싸지 않으면 대게 맛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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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트를 타러 갔습니다.

줄은 엄청 길었지만
의외로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보트가 자주 오고
보트에 제법 사람이 많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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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트가 옵니다.

자연보호를 위해 전기로 움직이는 보트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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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를 타고 반대쪽으로 건너갑니다.

물론 걸어갈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저는 보트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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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 도착하니 날씨가 흐려졌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오후에 비까지 내린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오전에 맑았던 게 다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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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번째 구간이 시작이 됩니다.
첫번째 구간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자연적으로 생긴 건 아니지만
호수에 가라앉은 나무들이 상상력을 마구 자극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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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구간이 조용한 호숫가의 산책로 같았다면
두번째 구간은 온대밀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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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폭포들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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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좁습니다.
앞질러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이던 사람이 계속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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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나무인데 틈이 너무 넓습니다.

실수로 스마트폰을 놓쳤다간
플리트비체의 새로운 요정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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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비체는 아릅답고 다채로웠습니다.

다만, 이쯤 오니 슬슬 지겨워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감동이 많이 희석되었죠.

친구, 연인, 가족들과 함께라면 몰라도
혼자라서라 그런지 더 빨리 지겨워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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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이 보이면 거의 다 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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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에는 가게가 있어서
맥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한동안 이곳에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빨리 왔기 때문입니다.

4~6시간 걸리는 거리는
3시간 만에 주파해버렸습니다.

돌아가는 버스 시간은 아직 3시간이나 남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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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온 거 플리트비체를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가게 근처에 버스를 탈 수 있는데
그 버스를 타고 보트를 탈 수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1번 입구까지 느긋하게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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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쪽에 따로 산책로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는 길이 아니다 보니
인적은 드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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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조용했고 사색을 즐길면서 즐길 수 있는
그냥 숲길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한국숲과 큰 차이점이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걷기에만 좋은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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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입구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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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슬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그만 더 가면 비를 피할 수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우산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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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를 타고 자그레브로 돌아갑니다.

감상은...
음...

개인적으로 두브로브니크와 더불어
가장 기대했던 관광지였습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풍경은
멋지다, 아름답다, 황홀하다 였습니다.

그런데 감성이 메말랐는지
1시간 정도 지나니
숲은 숲이고
호수는 호수고
길은 길이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건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해서,
실망도 컸던 거 같습니다.

재방문 의사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곳인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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