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
여행을 떠났습니다.
시작은 언제나처럼 인천공항입니다.
라운지입니다.
늘 무료로 이용해서 몰랐는데
가격 인상 + 환율까지 겹치니 6만원이 넘어가네요.
그런데 가격은 점점 비싸지는데 음식 퀄리티는 점점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사실 무료니 이용하는 거지 돈을 내야 했으면
인천공항 내에 있는 다른 식당에 갔을 겁니다.
드디어 출발합니다.
이번 목적지는 삿포로입니다.
사실 올해는 일본은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고 싶었지만
유류할증료 너무 올라 결국 또 일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본 모습은 언제나 좋습니다.
멀리 제가 사는 파주도 보이는군요.
파주에서 살면 볼 수 없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비행기입니다.
당연하게도 파주 하늘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가 없으니까요.
서울입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하늘에서 본 서울을 꽤 멋집니다.
논밭 하나 없이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이
한 나라의 수도라는 게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파트가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네요.
오히려 아파트는 수도권 쪽에서 더 많이 보이는 거 같습니다.
동해 바다를 지나가는 중입니다.
보통 바다를 지나가면 자거나 폰을 보는데
이번에는 바다에 집중했습니다.
구름이 없다면 울릉도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서요.
그런데 아쉽게도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였네요.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 직전입니다.
하늘에서 본 풍경은 정말 이국적입니다.
바둑판처럼 정돈된 논밭,
평지 숲을 가로지르는 길,
뭔가, 미국에서나 볼 법한 그런 풍경이었습니다.
드디어 삿포로에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첫째 날은 숙소에서만 있어야 했습니다.
숙소에 도착 직전에 비가 내렸는데
진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졌기 때문이었죠.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오는 것 만으로도
옷과 신발이 다 젖을 정도로 말이죠.
결국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숙소에 얌전히 있어야만 했죠.
이렇게 여행 첫째 날이 지나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입니다.
비는 그쳤지만 밤새 비가 내린 흔적이 거리에 남아있었습니다.
지금은 내리진 않았지만
오전에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하여 우산을 챙겨야만 했죠.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버스투어를 신청해서
비가 내려도 크게 맞을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삿포로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3가지 버스투어가 있는데
비에이, 샤코탄 그리고 노보리베츠 이렇게 있습니다.
이전에 비에이 투어를 갔기에
이번에는 샤코탄 투어로 가기로 했습니다.
비에이 투어가 숲과 들판을 보는 거라면
샤코탄은 바다를 보는 투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첫 번째 목적지인 마코마나이 타키노 영원 공원입니다.
공원이라고 하지만 공동묘지 공원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모아이 석상과 스톤헨지가
너무 가짜 같아 보여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돌로 만들어져 있어서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다만, 하필 비가 내려 대강 구경하였습니다.
이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건
모아이 석상이나 스톤핸지가 아니라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부처의 언덕입니다.
그래서인지 부처의 언덕은 입장료를 따로 받고 있었습니다.
원래 입장료가 500엔이었는데
올해 4월부터 1000엔으로 인상했다고 하네요.
최근에 갑자기 저렇게 2배나 올려버리니
사소하지만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드디어 입장을 합니다.
건축 설계상 불상까지 한 번에 갈 수 없고
저렇게 물로 된 곳과 낮고 넓은 터널을 지나야만 갈 수 있습니다.
이게 정화와 환생 그리고 깨달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터널 끝에 다다르면 이렇게 거대한 불상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는 햇살이 불상을 비추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불상 하나를 위해 여기까지 오는 건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주변에 대단한 볼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렇게 투어 프로그램에 있으면 가는 걸 추천합니다.
다음 목적지인 오타루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에 조금 내리던 비도 완전히 그쳤고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 게 꽤 좋았습니다.
오타루의 관광은 3시간입니다.
여기서 점심도 먹어야 했으니 말이죠.
가이드 말로는 점심은 가능한 빨리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야 하니 말이죠.
하지만 보통 11시에 문을 여는데 아직 11시가 되지 않아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데누키코지입니다.
이전에 모르고 스쳐지나갔던 곳인데
엄청 대단한 건 없고 좁은 곳에 건물들이 미로처럼 서있습니다.
게다가 저 망루 같은 곳에 올라서면
오타루 운하가 한눈에 보이기에 한 번 쯤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올라가는데 입장료 같은 건 없이 무료로 입장 가능합니다.
점심은 이전에 처음 오타루에 왔을 때 먹었던 규카츠입니다.
규카츠를 많이 먹어 본 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먹었던 게 가장 맛있었죠.
그래서 또 먹고 싶어서 또 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오타루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오타루 운하부터 갔습니다.
원래 쓸모가 없어진 운하를 없애려고 했지만
시민들이 10년 간 반대를 하여 결국 운하를 보존하기로 결정이 되었던 곳이죠.
지금은 오타루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사실 운하 규모가 엄청 큰 것도 아니고
뭔가 엄청 대단하고 화려한 건 없었지만
운하의 분위기가 마치 유럽의 조용한 오래된 도시를 연상케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운하 뒤편의 바다 쪽 길도 좋았습니다.
바다가 보이고 사람도 많지 않아,
한적한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걷기 좋았습니다.
오타루 포트 스퀘어입니다.
넓은 광장과 항구
그리고 휴양지에서 볼 법한 개방감을 가진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이전에 오타루에 왔을 때도 이쪽 길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저런 광장같은 걸 본 기억이 없었으니까요.
찾아보니 올해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개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오타루에 들린다면
이곳에서 한 번 방문하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오타루 포트 스퀘어를 지나 뒤편 길을 더 걸었습니다.
오타루 운하와 고작 한 블록 차이인데,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도 많지 않은 조용한 길에 오래된 건물들이 이어져 있어,
오타루의 옛 정취와 가을의 분위기를 느끼며 걷기 좋았습니다.
오타루 운하와 함께 오타루를 대표하는 곳,
사카이마치 거리입니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치 오타루 관광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 듯 말이죠.
거리의 풍경은 19세기에서 멈춰져 있는 듯 고풍스러웠습니다.
미피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죠.
이전에 왔을 때보다 규모가 한층 더 커졌습니다.
기념품만 팔던 곳에서 이제 음식도 팔기 시작했으니까요.
사카이마치 거리의 핵심인 오타루 오르골당입니다.
건물 내부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오래된 나무 냄새가
오르골당 분위기와 어우러져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오르골당을 대강 둘러봤습니다.
이전에 한 번 와봤던 곳이었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오르골당 맞은 편에 있는 르타오 본점입니다.
시간이 없어 음식은 먹어보진 못 했습니다.
대신 저기 탑처럼 솟은 전망대에 갔습니다.
당연하게도 무료로 갈 수 있습니다.
이전에 여길 들리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이번에 털어내 버렸습니다.
이렇게 오타루 관광이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타루에 왔던 게 너무 기억에 남아
다시 한 번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투어로 다시 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샤코탄의 시마무이 해안입니다.
해안이라, 해변처럼 걷는 곳인 줄 알았는데
터널을 지나 절벽 위에서 해안 풍경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바다색이 참 특이했는데
얕은 곳은 열대 바다처럼 투명했는데
먼 바다는 북방 바다처럼 코발트 블루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이런 특별한 바다색 때문에
지역 이름을 따서 샤코탄 블루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드디어 투어의 종착점인 카무이미사키,
일명 카무이곶에 도착했습니다.
이 카무이미사키가 바로 이번 샤코탄 투어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카무이미사키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운이 따라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날씨가 좋지 않고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면
저 여인금제의 문이 닫혀서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운이 좋았습니다.
문이 열려있었으니까요.
이번 투어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카무이미사키에서 바라본 해안의 모습이
정말 이국적이었습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도파민이 샘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날씨와 시간까지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이런 늦은 오후의 시간은
괜히 사람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날씨와 시간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까지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카무이미사키의 끝인 카무이미사키 등대입니다.
드디어 샤코탄 서쪽 끝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전날 내린 비 덕분에 체감 기온이 13도까지 떨어졌지만
여기까지 걸어오니 온몸에 땀이 났을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시원한 바닷바람 때문에
그렇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때 함께 투어를 하던 일행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는데,
한여름에 이곳을 찾았던 직장 동료가
너무 더워 죽을 뻔해서 결국 등대까지 못 갔다고 합니다.
가는 길이 비좁은 데다가 바람도 많이 불었고,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사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늘마저 없었으니까요.
저는 이런 점에서 여러모로 운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홋카이도라고 해도
9월 초의 한낮은 여름처럼 더우니 말이죠.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관광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만약 여인금제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카무이미사키 전망대 쪽으로 갔을 거란 얘기를 듣고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음...
전망대의 풍경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등대까지 가는 길만큼 멋지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무이미사키에서 여인금제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샤코탄 투어의 절반을 놓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투어가 끝났습니다.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해질녘의 바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해질녘의 바다에는 사람의 감수성을 폭발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삿포로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7시 밖에 되지 않았고
전날 숙소에서만 보낸 것도 있어 삿포로의 밤을 천천히 구경했습니다.
이런 이유도 있었지만
미리 봐둔 스프카레 가게에 가기 위해 걸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리 봐둔 가게들은 사람이 너무 많았거나 문을 열지 않았죠.
허탈한 마음에 근처 아무 스프카레 가게에 갔었죠.
처음 스프카레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꽤 맛있고 강렬했습니다.
스프카레라고 해서 카레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카레라기보다는 카레 맛이 나는 스프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느끼했는데
매콤한 맛이 없었다면 더 느끼하게 느껴졌을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베스트 요리였습니다.
왜 먹어보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았죠.
투어도 즐거웠고,
먹고 싶었던 음식도 먹을 수 있었던
즐거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기억을 하나 더 남긴 채, 여행 둘째 날도 저물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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